인류세와 지구 위험 한계선

공룡이 살았던 시대를 이야기 할때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등의 시대 구분에 대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중생대에서 다시 ‘기’로 세분화 하면 캄브리아기, 쥐라기, 백악기 라는 명칭들로 나눌 수 있다. 그럼 지금 우리 인류는 어디에 속해 있을까? 바로 신생대에서도 4기, 4기 중에서도 홀로세에 속해 있다. 하지만 더이상 우리가 홀로세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새로운 구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인류세’이며, ‘인류세’가 나오게 된 자세한 배경과, 그 중심에 서 있는 ‘지구 위험 한계선’에 대해 알아보자.

지질시대 구분과 인류세

지질시대란 지구가 생긴 이후부터의 지구의 역사를 말한다. 지질학과 고생물학에서의 주요 사건 (생물의 대량 멸종 등)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 지질연대표이고, 이 중 현재 우리가 속해 있는 신생대만 보면 아래와 같은 사건별로 ‘기’와 ‘세’를 나눌 수 있다.

주요 사건
제4기홀로세빙하기가 끝나고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다.
플라이스토세거대 포유류가 번성하고 멸종한다. 현생 인류가 진화한다.
신생3기플리오세빙하기가 강화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타난다.
신생대마이오세온화한 기후. 포유류와 조류과가 생겨난다.
말과 코끼리의 조상이 번성하다. 풀이 널리 퍼지다. 유인원이 나타나다.
고제3기올리고세따뜻한 기후. 절지동물과 포유류가 빠르게 진화한다.
속씨 식물이 진화한다.
애오세고대 포유류가 번성하고 발달한다. 원시적인 고래가 생기고 첫 풀이 나다.
빙하시대가 시작되다.
팔레오세열대 기후. 공룡 멸종 이후 유일한 수각류인 새는 살아남고
포유류의 분화가 시작되다.
곰이나 작은 하마와 같이 대형 포유류가 등장한다.
꽃이 등장하기 시작해 나비와 같은 곤충이 등장한다.

맨 윗 칸에 있는 홀로세가 약 1만년 전부터 현재 우리가 속해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더이상 홀로세는 현재의 지구를 표현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 네덜란드의 대기학자 파울 크뤼천은 이제는 지구가 ‘인류세’에 접어 들었다고 주장하며 처음 ‘인류세’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후 ‘인류세’라는 용어는 널리 퍼지게 되어 정식으로 지질시대 구분 중 하나로 추가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인류가 지구 지질이나 생태계에 미친 영향으로 지질시대를 나눌 만큼의 커다란 지구 환경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의 상실, 화석 연료의 연소나 핵실험에 의한 퇴적물 변화 등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방사선, 대기중이 이산화 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는 인류세를 대표하는 물질이며, 한 해 600억 마리가 소비되는 닭고기 닭뼈를 지질학적 특징으로 꼽기도 한다.

인류세가 등장한 배경

인류세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큰 사건이 있다. 첫번째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나타난 사회경제적, 환경적 변화를 이르는 대전환(Great Acceleration)이며, 두번째는 인류가 초래한 변화로 지구의 한계가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를 뜻하는 지구 위험 한계선이다.

1. 대전환

대전환이란, 사회 경제적 시스템과 지구 환경 시스템 각각의 12가지 지표의 수치가 서서히 상승하다가, 20세기 후반부터는 급속하게 상승함으로 인해 지구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사회 경제적 시스템 12가지는 인구, 국내총생산, 해외 직접 투자, 도시 인구, 1차 에너지 사용, 화학 비료 사용, 큰 댐, 물위기, 제지, 교통, 원경 통신, 해외 여행을 말한다. 지구 시스템 12가지는 이산화탄소, 아산화 질소, 메테인, 오존층, 지구 표면 온도 상승, 열대 우림과 밀림 지역의 상실, 토지 이용 증대, 육상 생물종의 추정 절멸률을 말한다.

2. 지구 위험 한계선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이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지구 환경 영역들을 제시한 개념으로, 이 한계선을 침범할 경우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해 지구 전체가 심각한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2009년 세계 여러 나라의 지구 환경과학자, 지구과학자들이 스톡홀롬에 모여 인간 생존에 필요한 9가지 행성 유지 시스템을 정의하고 이 중,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지질학적 흐름 경계선이 이미 침범 되었으며, 다른 한계선들도 무너질 위험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2016년 파리협정에서 제안한, 산업혁명 이전의 지구 평균 온도보다 2도만 올리는 수준으로 지구 온난화를 조절하자는 내용에 의문을 제시한였다. 그 온도를 맞추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다른 경로를 통해 지구의 온도는(계속해서 상승하는 기후 시스템의 양성 피드백에 의해) 계속해서 상승하여 최종적으로는 ‘온실효과’에서 더 나아가, 온실기후 상태 (hothouse climate state)에 머물게 될 가능성을 주장했다. 결국은 지금의 설정 목표보다 더 혹독하게 가스를 감축하는 목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인류세 선언과 의의

급격한 온난화로 인해 이미 물에 잠기는 섬과 도시들이 나타나고 있고 이상 기후 현상으로 많은 재앙들이 닥치고 있다. 이러한 심각성을 반영하여 내년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에서 인류세가 공식적으로 선포될 가능성이 크며, 인류세의 시작은 대략 산업화로 인해 이산화탄소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1950년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지질시대는 우주 속 지구가 스스로 환경 변화를 조절해 왔으나, 인류가 등장한 이후 조금씩 인간이 지구 환경을 끊임없이 변화시켜 왔으며 급기야는 자연의 자발적 조절 기능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그 결과로 지구는 어느때보다 뜨거워 졌고, 이제는 한계선에 다다랐다. 인류세를 지질시대에 넣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되며,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인류 전체가 이산화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정도를 넘어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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